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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

세션 영화 (담백한 사랑, 성치료, 장애인 성)

by 티키타카 2026. 6. 9.

장애인에게 성(性)은 존재하지 않는 욕구일까요? 이 질문을 처음 떠올렸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. 그런데 영화 세션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. 얼굴과 일부 신체만 움직일 수 있는 남자가 사랑을 꿈꾼다는 이야기. 자극적으로 들리지만, 실제로는 가장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였습니다.

 

담백한 사랑 — 이 영화가 다른 이유

혹시 "장애인 영화"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눈물부터 예상하시지 않나요?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. 그런데 영화 세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억지 감동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습니다. 이 부분이 저를 가장 놀라게 했습니다.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해 호흡 보조기(iron lung) 없이는 몇 시간도 버티기 어려운 상태입니다. 여기서 호흡 보조기란 흉근 마비 환자가 자발 호흡을 할 수 없을 때 외부에서 기압 변화를 만들어 폐를 수동으로 작동시키는 의료 장치입니다. 마크는 이 장치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죠. 그런데 영화는 그런 그를 비극적 인물로 그리기보다, 농담을 잘하고 사랑을 설레며 감정에 솔직한 한 명의 인간으로 묘사합니다.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"이렇게 그려도 되는 건가?" 싶을 정도로 낯설었습니다. 그만큼 우리가 장애인을 묘사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. 영화의 핵심 소재는 서렉스(surrogacy) 방식의 성치료입니다. 서렉스란 성 대리인(sexual surrogate)이 직접 신체적 접촉을 통해 환자의 성적 자아 인식을 회복시키는 치료 기법으로, 일반적인 성 상담(sex counseling)과는 구별됩니다. 성 상담이 언어적 접근에 그친다면, 서렉스는 실제 신체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친밀감 형성 능력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.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성 대리인 협회(IPSA, International Professional Surrogates Association)가 공식 운영될 만큼 제도화된 치료 분야입니다(출처: IPSA).마크는 자신의 경험을 기사로 쓰기 위해 성치료사 쉐릴을 만나게 됩니다. 이 과정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. 치료로 시작된 만남이 어느 순간 감정의 경계를 흐리기 시작하는데, 영화는 그 경계를 함부로 허물지 않습니다. 쉐릴은 남편과 아들이 있는 여성이고, 그 선을 지키려 애씁니다. 그래서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. 이 영화가 잘 만든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.

  • 장애를 감동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고, 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
  • 성치료라는 소재를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존엄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
  • 억지 눈물 없이도 관객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든다

성치료 — 낯설지만 진지하게 봐야 할 이야기

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질문이 있습니다.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시각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요?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진지하게 다루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.실제로 세계보건기구(WHO)는 성 건강(sexual health)을 신체적·정서적·정신적·사회적 웰빙의 일부로 정의하며,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성적 권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(출처: WHO). 여기서 성 건강이란 단순히 생식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,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율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전반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. 마크의 이야기는 바로 이 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.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쉐릴과의 짧은 야외 데이트였습니다. 치료 이외의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장면. 그때 마크의 표정을 보면서 예전에 처음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의 그 설렘이 묘하게 겹쳐졌습니다. 상대방의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, 만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이 멈추지 않던 그 감각 말입니다. 영화 속 상황은 제 경험과 전혀 다르지만, 그 감정만큼은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. 한편 영화에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. 쉐릴과의 세션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비슷한 분위기의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실제 러닝타임보다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.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보였지만, 중간에 조금 더 다른 갈등 요소가 있었다면 몰입이 끊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.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조용한 드라마는 긴장감의 완급 조절이 생명인데, 그 부분에서 약간 惜지 않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. 정전 장면은 또 달랐습니다. 호흡 보조기가 멈추는 그 순간, 저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됐습니다. 마크의 삶이 얼마나 얇은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그 짧은 장면 하나로 완전히 체감했습니다. 설명 없이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. 영화가 끝난 뒤 저는 한동안 엔딩 크레디트를 그냥 바라봤습니다. 휴대폰을 바로 들지 않았던 건 꽤 오랜만의 경험이었습니다.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정확했습니다. 마크는 끝까지 사랑했고, 그것으로 충분한 삶이었습니다. 빠른 전개나 강한 자극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. 하지만 한 사람의 외로움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은 분이라면, 영화 세션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입니다. 왜 이 영화를 이제야 알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클 만큼,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.


참고: https://youtu.be/KT7rEg5JuJk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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